먼저 밝혀둡니다. 저는 굉장히 게으르고, 일을 굉장히 못하는 축에 속하는 사람입니다. 자동화를 우연히 공부해서 나름 업무에 날개를 달았는데, 원체 잘 잊어먹고, 기분이 들쭉날쭉하고 항상 퇴사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뭔가 업무집중도가 굉장히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도 합니다. 아래 글이 자동화의 모범사례는 아니라는 점, 유념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.
(예전엔 제 담당이었지만 지금은 아닌) 어떤 사업 관련해서 소장님께서 제게 지시하신 리스트가 있었는데, 며칠 동안 정말 새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. 메모를 안 한 제 잘못이 정말 큰데, 오늘 다른 일로 소장님과 이야기하다가 그 리스트 이야기가 다시 나왔습니다. 제게 화가 많이 나셨던 것 같아요.
소장님의 지시는 "지금 당장 시작해서 야근이라도 불사하고 오늘중으로 가져오라"는 어떤 암묵적인 메시지로 느껴질 만큼 강렬했습니다.
그런데 다행히도 19년도에 어렵게어렵게 작성한 자동화스크립트 중 하나가 "크롤링"이었거든요. 덕분에 2000년도 초반부터 현재까지 우리부서에서 생산등록한 모든 문서와 첨부파일 수십기가바이트 자료를 무식하게 다운로드받을 수 있었습니다. 틈틈이 크롤링을 해서 각 폴더에 나름대로 라벨링을 해놨는데, 그 덕분에 해당 폴더를 돌면서 필요한 빠르게 취합할 수 있었습니다.
오늘 보고까지 한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. 크롤링은 다 해놨지만, 첨부된 스캔PDF의 텍스트를 직접 타이핑하는 작업이 필요했거든요. 엑셀로 정리해서 소장님께 갖다드렸는데, 새삼 놀라신 눈치였습니다. 우리회사 포털 검색기능이 굉장히 제한적이어서, 이 작업을 온라인에서 했으면 어림잡아도 대여섯 시간은 더 걸렸을 겁니다. 아마 소장님도 이 사실을 알고 계셨을 거고요. 미리 작업해둔 크롤링자료 덕분에 큰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.
결론입니다. 자동화 관련해서 요즘 자주 느끼는 바가 하나 있습니다.
"코딩이나 RPA로 다양한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 역량"보다 중요한 것은,
그것으로 "남들이 쉽게 해내지 못하는 가시적인 성과나 효과를 발휘하는 것"
이라고 생각합니다.
그럼 행복한 하루 되세요~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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